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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축구공의 무덤

by 월간_권태 2021. 9. 16.

 

 

축구공의 무덤

 

김수빈

 

 

1.

 

분명히 황민희는 투시를 하는 것이 틀림없다.

아까 세시 반 쯤. 청소시간. 갑자기 소각장 있는 대로 나를 부르더니, 잠자코 서서 그 애는 몇 분 째 계속해서 내 손을 쳐다보던 중이었다. 분명 양 손을 주머니에 넣고 있었는데 어찌나 그 주머니를 뚫어지게 쳐다보던지, 얘가 지금 투시를 해서 주머니 속에서 주먹을 꽉 쥔 내 손을 관찰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약간 무서웠다. 혹시 모르니 주머니 속에서 주먹을 쥐고 있다가 가운데 손가락, 그러니까 세 번째 손가락만 치켜세우고는 민희의 표정을 관찰했다. 진짜 투시를 하는 건가? 민희의 눈썹이 잠깐 꿈틀거리더니 이제는 내 얼굴을 쳐다본다. 갑자기 긴장이 되어서 손에는 땀이 가득 찬다. 뭐, 뭐 어쩔 건데. 내가 내 손가락 내 주머니에서 피겠다는데 뭐. 긴장이 될 때마다 늘 하던 대로, 나는 손가락을 하나씩 구부렸다가 펴면서 숫자를 센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손가락을 폈다가 구부리느라 주머니에서 움직임이 느껴지자 다시 민희가 주머니를 쳐다봤다. 뚫어지게 다시 주머니를 쳐다보면서 글자 하나하나를 또박또박 입으로 뱉어냈다.

 

“야, 손 괴물. 사실 처음부터 진짜 징그러웠어. 징그러운 수준을 넘어서, 막···무서워.”

 

그리고 한 세 시간이 지난 지금 나는, 다시 그 말을 혼자 골똘히 곱씹어보고 있다. 아니 다른 건 다 그렇다 쳐도, 무섭다고 내가? 징그러워, 흉측해, 같이 다니기 창피해 이런 말들은 뭐 익숙한데, 내가 ‘겁’이 나고 무섭다고?

 

“애들도 다 너, 아니 너랑 그거 무섭대. 뭐, 애들 때문만이 아니라 진짜 나도 처음에 엄청 놀랬다니까. 징그럽다고.”

 

황민희는 그 한 마디를 뱉는 순간에도 계속해서 우리 둘 앞뒤를 살피며 누군가 우리를 숨어서 지켜보고 있지는 않은지 휙휙 돌아보았다. 학교 한구석에 있는 소각장을 지나쳐 그 뒷산 중턱까지 올라와 있는데도, 마치 누군가가 있는 것처럼. 낙엽 구르는 소리에도, 내가 신발로 땅을 헤집으며 나는 소리에도 그 애는 깜짝깜짝 놀랐다. 나는 멍하니 있고, 그 애는 그렇게 불안해하더니 대뜸

 

“다 들었지? 그러니까 이제 우리 친구 아니다? 이제 모르는 사람인 거다?”

 

의문형 문장을 다다 쏟아내더니 나를 두고 총총 뒷산을 내려가 버렸다.

나는 망부석이 되어 멍하니, 그 애의 뒷모습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저 싸가지 없는 게 진짜. 나는 주머니에서 손을 꺼내 세 번째 손가락을 멀어지는 황민희의 등 뒤를 향해 치켜들었다. 키도 작은 꼬마 같은 게. 아, ‘키가 하도 작아서 진짜 난쟁인 줄. 나도 너 징그러워’ 이렇게 맞받아쳤어야 했는데. 아쉬워라.

황민희는 총총 걸어가다 힐끔 뒤를 돌아 나와 내 중지 손가락을 보더니, 무시하고 다시 뛰어간다. 내 손에서 났던 땀은 이미 주머니를 흥건히 적셨다. 이내 황민희는 내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는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하)며 민희가 뛰어간 방향으로 뒷산을 내려갔다. 주머니에서 손을 빼고. 손가락 하나씩 구부렸다 폈다 숫자를 세면서.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하나, 둘, 셋, 넷···

그리고 지금, 그러니까 학교 끝나고 집에 온 이후, 나는 이 장면을 지금 한 열 번째 곱씹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도 도통 이해를 할 수가 없다. 3년 내내 중학교 때부터 단짝이니 뭐니 하며 맨날 붙어 다니다가, 그래 우리 집도 엄청 놀러 와 놓고, 고등학교 입학을 하자마자 갑자기 나를 투명인간 취급하는데 내가 이해를 할 수가 있나? 왜 그러냐고 캐묻고 캐묻자 마지못해 뒷산으로 나를 부르더니, 사실 나는 네가 무서웠다, 라고 말하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2.

 

거실에 가만히 앉아있던 나는, 고요한 적막을 깨부수는 인터폰 소리에 화들짝 놀라 일어났다. 쉬지 않고 눌러대는 인터폰 소리를 뒤로하고, 나는 누군지 확인도 하지 않고 현관문을 신경질적으로 확 열었다. 그리고 매우 당연하게, 옆집 꼬맹이가 방긋 웃으며 서 있었다. 아마 인터폰 화면으로 확인했어도 이 꼬맹이는 화면에 보이질 않았을 것이다.

 

“누나, 나 공 좀 찾아줘.”

“또?”

 

대답도 안 하고 이렇게 헤실헤실 귀엽게 웃는 이 꼬맹이는, 바로 옆집에 사는 초등학생 남자애다. 반찬 국물인지 뭔지가 곳곳에 묻은 더러운 반팔 티셔츠를 입고, ‘김민서’라는 이름표가 붙은 노란 책가방을 멘 상태로 봐서 아마 학교 끝나고 집에도 안 들리고 혼자 공 가지고 놀다가 잃어버린 모양이다. 얘는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놀이터에서 허구한 날 혼자 축구공을 차고 놀다가, 자기가 차 버린 축구공이 어디로 떨어졌는지 모르면 곧장 우리 집으로 와서 이렇게 인터폰을 눌러댄다. 같이 차는 친구도 없으면서, 혼자 공 가지고 노는 주제에 왜 자꾸 공을 잃어버리는지.

 

애초에 좀 살살 차던가!

 

어쩔 수 없이 나는 꼬맹이를 데리고 아파트 단지에 있는 놀이터로 나갔다. 오래된 아파트 단지 치고 단지 내 놀이터는 꽤 신식이었다. 이 아파트가 나름 근처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있는 일명 학군 아파트라서, 놀이터를 사용하는 아이들이 늘 있었기 때문이다. 초등학생 학부모들 덕분에 부녀회 회의에서는 늘 놀이터 공사가 주요 안건으로 있었다고 한다. 덕분에 우리 아파트 놀이터 단지는 다른 아파트에서도 많이들 놀러 오는 꽤 인기 많은 놀이터가 되었다. 한쪽에는 미끄럼틀, 한쪽에는 그네, 한쪽에는 시소 이렇게 놀이기구들이 기구별로 나누어져 있었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한쪽에 흙을 잔뜩 깔아놓은 흙바닥도 만들어 놓았다.

 

“내가 어릴 때는 여기가 다~ 흙바닥이었어. 이런 고무매트에서는 넘어져도 하나도 안 아프지? 나 어릴 때는 여기서 넘어지면 살 다 벗겨지는 거였다니까? 내가 거기서 놀 때 얼마나 피를 철철 흘렸는지 알아?”

“저기에도 흙바닥 있는데.”

“아, 저건 너희 또래들 엄마들이 처음에는 흙바닥 안 좋다고 고무매트 깔아달라고 했다가, 또 TV에 흙이 더 좋다고 나오니까 또 흙바닥으로 만들어달라고 해서 조그맣게 만들어준 거잖아. 하여간 요즘 애들 귀하게 큰다니까. 다 같이 그냥 쌩 흙바닥 자갈 바닥에서 굴러야 강하게 크는데, 엄마들이 가만히 못 보는 거지”

“민서는 엄마 없는데.”

 

맞다. 민서는 엄마가 없는데. 아빠도 없고.

혹시 울려나? 잊고 있다가 발생한 뜻밖의 실수에 흘낏 옆에 있는 꼬맹이를 쳐다봤는데, 생각보다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이었다. 코에서 흐르는 맑은 콧물을 그냥 쓱 훔치고 있다. 그냥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이긴 하는데, 또 제법 처연해 보이기도 한다. 민서는 꽤 이 아파트 단지에서 유명한 ‘부모 없는 아이’다. 어딜 가도 어른들은 쯧쯧, 또래들은 수군거리는 대상. 그럼에도 김민서는 꽤 붙임성 좋은 어린이였다. 이렇게 생판 남인 고등학생 누나한테 맨날 공 찾아달라고 부탁하는 것 보면. 괜스레 미안해져서 “민서, 누나가 아이스크림 사줄까?”라며 황급히 말을 돌렸다. 그러자 “응. 나는 배스킨라빈스.”라고 답하는 김민서였다.

 

“아니 뭐, 너희 할머니도 아파트 부녀회에서 같이 얘기하고 그러셨을 거야. 할머니가 민서 예뻐하니까 민서 다치지 말라고. 그건 그렇고, 너 공 어느 방향으로 찼냐? 도통 보이지가 않네.”

“음, 모르겠어.”

 

코에 콧물이 가득 찼는지 코 맹맹한 소리를 내며 배시시 웃는 괘씸한 녀석. 감히 내 앞에서 엄마 얘기했으니 고생 좀 해봐라, 하는 듯 자기가 찬 공이 어느 쪽에 있을지도 모른다며 일관한다. 아니, 자기가 뻥 차 놓고 왜 몰라. 아이스크림은 개뿔. 이 넓은 놀이터를 오늘 또 다 돌아다니게 생겼네.

 

“그럼 민서는 저기 그네 있는 쪽 찾아봐. 나는 여기 미끄럼틀 쪽 볼 테니까.”

“알았어.”

 

그네 있는 쪽으로 터벅터벅 걸어가는 민서의 뒷모습을 보자, 아직도 등에 짊어지고 있는 노란색 가방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 학교가 끝난 지가 언젠데, 쟤는 아직도 가방을 메고 있는 거야.

 

“민서야! 가방 안 무거워? 여기 두고 가.”

“싫어. 가방 누가 가져가면 어떡해?”

 

집 앞에 잔뜩 쌓인 택배도, 카페에 주인 없이 놓여있는 지갑도 안 훔쳐 가는 우리나라에서, 네 코 묻은 노란색 아닌 누런 가방을 대체 누가 훔쳐 가겠니? 하는 볼멘소리가 마음에서 튀어나올 뻔했지만, 나는 저 애보다 무려 9살이나 많다는 사실을 가까스로 기억해내고 화를 꾹 누르며,

 

“가방 무거우니까, 놓고 가. 누가 안 훔쳐 가도록, 누나가 망보고 있을게.”

 

하는 따뜻한 소리로 민서에게 소리쳤다. 그러자 꼬맹이는 못 믿겠다는 표정을 잠시 하더니 다시 터벅터벅 내가 있는 쪽으로 걸어와 가방을 털썩 내려놓았다. 이거 절대 누가 못 훔쳐 가게 해야 해? 하며 신신당부를 하고는 다소 가벼워진 걸음으로 그네 있는 쪽으로 총총 튀어갔다. 피식 새어 나오는 웃음을 뒤로하고, 나는 미끄럼틀 하나하나 구석진 곳까지 공이 있나 없나 찾아보았다.

 

 

 

 

 

3.

 

쉬는 시간 종이 울리자 여기저기서 이야기 소리가 피어난다. 나는 대충 책상을 좀 정리하다가, 가방도 좀 뒤적거리다가, 괜히 책상에 엎드렸다가, 잠도 안 와서 별로 가고 싶지도 않은 화장실을 또 간다. 교실 뒤로 나가면서 대여섯 명이랑 모여 있는 재잘대던 황민희와 눈이 마주친다. 아랑곳하지 않고 황민희는 옆에 있던 애들이랑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나도 그냥 교실 문을 나선다.

 

***

 

아니 근데 이 새끼는 대체 공을 얼마나 세게 찬 거야?

 

통 보이지 않는 축구공 탓에, 나는 슬슬 신경질이 나기 시작했다. 오래 돌아다녔더니 너무 더웠다. 주머니에 집어넣은 손에서 땀이 나기 시작했다. 오늘따라 놀이터는 또 매우 한적했다. 주위에 사람이 별로 보이지 않길래 나는 손을 주머니에서 빼서 바지에 땀을 쓱 닦았다.

아니 쟤는 대체 왜 공을 어느 방향에 찼는지를 이야기를 안 해주는 거야. 애초에, 혼자 공을 가지고 놀면서 왜 그렇게 뻥뻥 차서 찾기 힘들게 만드는 거야. 민서의 공은 꼬질꼬질한 흰 축구공이었다. 비싼 스포츠 브랜드에서 나온 공인지, 아니면 다니는 초등학교 근처 문방구에서 사 온 공인지는 모르겠지만, 작은 빨간색 육각형들이 군데군데 박혀있는 꽤 그럴싸한 축구공이었다. 맨날 우리 집에 혼자 초인종을 누르고 서 있는 꼴을 보아하니 아마 늘 학교 끝나고 혼자 공을 뻥뻥 차는 것 같던데. 얘는 친구가 하나도 없나?

사실 친구가 없는 건 나도 마찬가지니까. 그나마 있던 민희도 이젠 나랑 친구 안 하겠다고 했고. 구석구석을 살펴보아도 오늘따라 통 보이지 않는 축구공 탓에, 다시 민희와의 일이 스멀스멀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민희도 아마 민서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중학교 때 하루가 멀다 하고 우리 집으로 민희가 자주 놀러 왔으니까, 아마 그때도 분명히 이 꼬맹이 자식은 공을 찾아달라며 우리 집 문을 쾅쾅 두드렸을 것이다. 미끄럼틀 주변을 샅샅이 뒤져도 보이지 않는 축구공 때문에 꼬맹이가 있는 그네 쪽으로 가려고 발걸음을 옮기려던 차,

 

“어? 가방 어디 갔지? 여기 있었는데..?”

 

꼬맹이가 내려놓았던 노란색 가방이 갑자기 보이지 않는다. 큰일이다. 누가 가져간다면서 내려놓기 싫어했는데, 그걸 굳이 내가 아무도 안 가져간다며 놓고 가라고 한 건데. 자기 가방이 없어졌다고 하면 분명 울 텐데. 어떡하지, 어쩌면 좋아.

 

나는 이제 미끄럼틀에서 시야를 돌려, 혹시나 노란색 가방을 들고 가는 사람이 있는지, 아니면 그런 사람을 본 사람은 없는지 놀이터 전체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놀이터에서 함께 노는 젊은 학부모들도 많이 보이던데, 오늘따라 사람이 정말 한 명도 안 보인다. 아무도 없는데 혼자 가방이 하늘로 솟을 리도 없고, 땅으로 꺼질 리도 없는데. 다른 쪽도 찾아봐야 할 것 같은데, 그네가 있는 쪽은 꼬맹이가 있을 것 같아서 통 발걸음이 떨어지지를 않았다. 그 똘망똘망한 눈에 눈물이 찰랑거리면서 “누가 안 훔쳐 가도록 잘 감시한다며....” 울먹거릴 꼬맹이의 얼굴이 눈에 선했다. 반대 방향에는 아까 꼬맹이한테 말하다가 본전도 못 찾은 흙바닥밖에는 없을 테지만, 일단 그곳 먼저 확인을 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몇 걸음 뛰지도 않아 도착한 흙바닥에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내가 찾던 학부모로 치기에는 좀 어린, 그러니까 민서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또 다른 꼬맹이 한 명이 나에게 등을 보인 채로, 흙바닥에서 뭔가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리고 등에는 민서의 가방과 똑같은 노란색 가방이 매달려있었다. 아이가 흙바닥에서 뭘 그렇게 열심히 하는지, 등에 매달린 책가방도 아이의 열성적인 몸짓 때문에 흔들리고 있었다. 저거 설마 우리 민서껀가? 하고 유심히 가방을 살펴보자, 일단 민서 가방처럼 꼬질꼬질하지도 않았고, ‘김민서’하고 적힌 큼지막한 이름표도 없었다. 아, 저거 학교에서 단체로 쓰는 책가방이었구나. 쟤는 저렇게 선명하고 예쁜 노란색인데, 민서 이 꼬맹이 가방은 대체 어떻게 메고 다니는지 탁하고 더러운 누런색인지.

그 아이에게 혹시 네 가방과 종류는 같지만 상태는 다른 가방을 본 적이 있는지 물어보려 다가가자, 아이의 앞에 반쯤 묻혀있는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굵은 검정색 매직으로 어른이 써 준 글씨의 ‘김민서’라는 이름표가 아직 묻히지 않은 채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여기 있네, 우리 민서 가방. 하늘에 솟았나 했더니, 사실 땅에 꺼졌었네.

 

민서 가방을 열심히 땅에 파묻고 있는 이 아이는 어찌나 그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지, 내가 그 아이의 등 뒤를 돌아 바로 앞까지 왔는데도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었다. 굳이 잘 있는 맨땅을 파내고, 가방을 묻고, 다시 흙으로 덮는 꽤 고된 작업을 심지어 맨손으로 하고 있었다. 어처구니가 없어 터져 나오는 헛웃음을 삼키고, 목을 가다듬으며 아이에게 다가갔다.

 

“저기, 지금 뭐 하는 거야?”

 

그제야 화들짝 놀란 그 아이는 동그란 눈으로 날 쳐다봤다. 그래, 교복 입은 키 큰 언니가 물어보니까 좀 무섭지? 쪼그려 앉아있던 아이는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흙이 잔뜩 묻은 자기 손을 탈탈 털기 시작했다. 마치 방금 전까지 모래성을 짓다가, 이제 저녁 먹으러 들어가는 것처럼 매우 자연스럽게.

 

“지금 이거 뭐 하고 있는 거야? 여기 이름표 보니까, 내가 아는 애 가방인 거 같은데?”

“김민서요?”

“어. 민서 내 친구거든. 근데 너는 민서 친구야? 왜 민서 가방을 네가 이렇게...묻고 있어?”

 

아이는 대답하지 않고, 역시나 나를 빤히 올려다보다가,

냅다 뒤로 뛰어 달아나버렸다.

 

기가 찬 나는 대뜸 야! 하고 적당히 무섭고 적당히 소심하게 소리를 질러보았지만, 나는 그저 우두커니 서서 잽싸게 도망가는 아이의 뒷모습만 바라볼 뿐이었다. 등 뒤에서 달랑거리는 노란색 가방이 춤을 추듯 멀어졌다.

 

 

 

 

 

4.

 

나는 그렇게 시야에서 그 아이가 멀어질 때까지 바라만 보다가, 내 발밑에 반쯤 묻힌 채 가만히 놓여있는 민서의 노란색 가방을 내려다보았다. 이름표까지 묻혀있었더라면 나는 이게 민서 가방인 줄 몰랐을 거야. 나는 흙무덤에서 가방을 끄집어냈다. 원래 꾀죄죄하던 가방이 흙이 묻어 더 더러워졌다. 탈탈 두드려 흙을 털어보지만, 가방에 묻은 얼룩은 통 지워지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이 정도면 가방을 새로 하나 사야겠는데. 어쨌든 가방은 찾았으니 공을 찾고 있을 민서에게 가방을 돌려주어야겠다, 왜 이렇게 더러워졌냐고 물으면 원래 더러운 가방이었다고 말해야지. 하며 몸을 돌린 순간, 내 뒤에는 언제 왔는지 이미 민서가 우뚝 서 있었다. 내 허리만치 오는 작은 꼬맹이인데도, 나는 순간 너무 놀란 나머지 뒤로 자빠질 뻔 했다.

 

“아, 깜짝이야. 너, 공은 찾았어? 그네 쪽은 다 뒤져봤어?”

“저기 있네. ”

 

민서는 나를 쌩하고 지나쳐, 노란 가방이 묻혀있던 흙바닥으로 향했다. 아까 다른 꼬맹이가 민서 가방을 묻고 있던 자리에서 얼마 지나지 않은 곳에, 하얀색 작은 점 같은 게 보였다. 아까 그 꼬맹이랑 실랑이하느라, 이 노란 가방을 뺏다가 미처 내 눈에 들어오지 않은 모양이었다. 민서는 거기에 털썩 주저앉아 아까 그 꼬맹이처럼 맨 손으로 땅바닥을 파냈다. 그러더니 곧 흰 색 축구공 윗부분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기껏 흙을 털어낸 민서의 노란 가방을 다시 땅바닥에 던져버리고, 민서에게 달려가 같이 땅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내 손바닥의 반밖에 안 되는 작은 손으로 민서는 열심히 땅을 팠다. 묻은 지 얼마 안 되었는지 공을 꽤 쉽게 땅바닥에서 빼낼 수 있었다. 민서는 공을 툭툭 털어내더니, 입고 있던 티셔츠로 공을 문질렀다. 얼룩으로 더러워지는 민서의 티셔츠를 보며, 나는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어쩐지 자기가 공을 어디로 찼는지도 모른다고 하더니, 정말 모르는 거였어. 초등학생밖에 안 된 어린이들이 벌써 남을 따돌리고 괴롭히네.

 

“민서야, 사실 너 가방을 누가 여기 묻는 걸 봤어.”

“···”

“혹시 요즘 민서 너 괴롭히는 애들이 있어?”

 

민서는 대답하지 않고 공을 품에 안고, 내가 땅바닥에 던져놓은 책가방을 휙 집더니 나를 지나쳐 종종걸음으로 걸어갔다. 그러다 몇 발자국 못 가더니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는, 흐엉 하는 괴상한 소리를 내며 울기 시작했다. 미안해, 민서야. 공을 빨리 찾아주어야 했는데, 내가 가방을 계속 감시하고 있어야 했는데, 내가 아까 그 애를 잡아서 혼쭐을 내주었어야 하는데, 미안해. 나는 민서 옆에 또 자리를 잡고 앉아 민서의 울음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초등학생 주제에, 민서는 꽤 일찍 울음을 그쳤다. 그리고 코를 훌쩍거리며 흙을 가지고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이거, 이 공 맨날 애들이 뺏어간단 말이야. 그래도 누나랑 놀이터 잘 찾아보면 구석에 있었는데. 오늘은 못 찾았어. 오늘은 땅에 묻었잖아. 이러면 누나도 못 찾고 나도 못 찾잖아.”

“아니야, 누나가 찾았어. 찾았잖아.”

“그러면 애들이 아마 내일은 아예 없애버릴 거야. 아예 뺏어갈 거라고. 축구공은 가져가 버리고, 이젠 가방을 숨겨버릴 거야. 내 가방.”

 

나는 그냥 그래, 그랬구나, 하며 옆에 앉아있었다. 그 이외에 내가 해줄 말도 없었다. 그냥 놀이터에 나오지 말고 집에 혼자 있으라고 하면, 할머니나 선생님한테 이르라고 하면, 그 영악한 애들이 다른 방법을 못 찾을까? 민서는 아마 수십, 수백 번 혼자만의 해결책을 생각해냈을 것이고, 매일 공을 가지고 놀다가 뺏겨주는 것이 그나마 나은 최선책이었을 것이다. 나이를 열여덟이나 먹은 나는 아홉 살 꼬맹이의 울음을 해결해주지 못한다. 나는 아까 혼자서 땅바닥을 헤집고 가방을 묻던 아이의 얼굴을 생각해본다. 민서와 똑같은 초등학생, 비슷한 키, 똑같았던 가방을 떠올리고, 그 어린 잔혹함을 생각한다.

 

“걔네, 그니까 너 공 막 뺏고 그러는 애들 이 아파트 살아?”

“그런 애들도 있고 아닌 애들도 있어.”

“아까 봤을 때는 한 명이었는데. 그 키 너만 하고, 바가지 머리에, 파란 아디다스 반팔 티 입고 있던데. 아, 너랑 똑같은 가방 메고! 혹시 걔 누군지 알겠어?”

 

민서 키랑 비슷하고, 바가지 머리하고, 파란 반팔 티 입고 있는 애가 어디 한 둘이어야지. 민서는 풀이 죽은 표정으로 고개를 저을 뿐이다. 걔가 누군지만 알면, 걔가 어디 사는지만 알면 당장 따지러 갈 텐데. 아니, 하다못해 그 집 창문이라도 깨고 싶은데.

 

 

 

 

 

5.

 

“이제 그만 일어나자, 민서야.”

“발이 저려서 못 일어나겠어.”

 

한동안 땅바닥에 앉아있었더니 발에 쥐가 난 모양이었다. 민서의 얼굴은 아까 울었던 눈물 자국에, 흙과 땀 자국까지 아주 땟국이 흐르는 거지꼴이 따로 없었다. 딱 아홉 살, 쪼그만 꼬맹이가 아닐 수가 없다. 이 어린이에게 꽤 가혹한 세상임에 틀림이 없었다. 나도 민서 옆에서 흙을 만지작거리다가, 문득 민서가 그네 쪽에 머물고 흙바닥에 오지 않았더라면 이 공을 찾지 못했겠다는 생각이 났다. 그냥 흙이 더 묻어버린 가방을 휙 건네고, 아이스크림 하나 사 먹이고, 근심에 빠져있을 민서에게 그냥 새 공을 하나 사라며 집으로 돌려보냈겠지.

 

“민서야, 혹시 너 민희 누나 알아?”

“몰라”

“왜 있잖아, 우리 집에서 가끔 놀던···. 사실 우리 집에 놀러 온 내 친구가 걔밖에 없긴 한데, 어쨌든. 기억나지?”

“아, 그 키 작은 누나?”

“어. 맞아. 그 키 작은 애. 오늘 걔가 나랑 쌩깠다? 너 쌩깠다는 표현 알아?”

“알아”

 

민서는 제법 흥미진진하다는 표정을 짓고 내 옆에 찰싹 붙어 앉아있었다. 역시 가장 재미있는 대화 주제는 친구 뒷담화라니까.

 

“왜 민희 누나가 쌩 까자 그랬어?”

“내가 무섭대.”

“오, 누나 일진이야?”

 

그렇게 무서운 건 아니고. 진짜 무섭대. 내가 괴물이래. 작년까지만 해도 친했으면서, 갑자기 내가 무섭대. 다른 애들은 그럴 수 있지. 다른 애들은 처음 볼 때 당연히 무서울 수 있어. 나도 쥐어뜯어 버리고 싶으니까. 근데 걔는 원래 알고 있었잖아. 상관없다고 했는데.

“누나 왜 말이 없어?”

“민서야, 우리 이 공 다시 묻어버릴까?”

“왜?”

“내일 네가 이 공을 안 가지고 있으면, 그 애들은 네가 이 공을 찾기를 기다리지 않을까? 민서가 이 공을 찾으면, 다시 뺏어갈 작정이니까. 그러니까 너는, 여기에 공을 묻어놓고 내일부터는 여기서 공을 찾는 척을 하는 거야. 특히 저기 미끄럼틀이랑 그네 쪽만 살펴보는 거지. 처음에는 공을 못 찾으니까 재밌어할 텐데, 계속 못 찾으면 아마 재미없어서 그만할 걸?

 

민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아니면 말고, 하며 말을 흐렸다. 공을 못 찾는다고 과연 흥미를 잃을까? 괜히 꿍꿍이 쓰는 게 들켜서 민서를 더 괴롭히지는 않을까? 나는 민서의 세상을 함부로 흔들어 놓을 자격이 없다. 선택은 민서의 몫이다. 나는 민서의 다리 저림이 풀릴 때까지, 흙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누나, 나 다리 괜찮아졌어.”

“그럼 이제 집에 갈까? 공이랑 가방 챙겨.”

“아니, 누나 말대로 공을 여기 놓고 가려고.”

 

벌떡 일어서서 다부지게 결심을 말하는 민서는, 내 앉은키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눈높이가 대충 맞았다. 아래에서 내려다볼 때는 몰랐는데, 민서의 표정은 꽤 단단하고 강인해 보였다. 그래, 한 번 해보자, 나 역시도 몸을 일으켰다. 아까 공이 묻혀있던 자리에는 아직 그 구멍의 형태가 남아있었다. 그 자리에 공을 넣으려고 하는데, 민서는 갑자기 바로 옆에 있는 맨땅을 또 손으로 파기 시작했다.

 

“왜 굳이 거기를 또 파? 여기다 묻으면 되는데.”

“걔네 내일 여기 와서 공 있는지 확인할 거야. 내가 그 자리 말고 좀 떨어진 곳에 묻어놔도 걔네는 절대 모를걸? 나는 공을 못 찾는 척하지만 사실은 내가 더 똑똑한 거야.”

“오, 민서 진짜 똑똑한데?”

 

나는 역시 민서의 땅파기에 합세해, 양손을 동원해서 땅을 두더지처럼 파내기 시작했다. 우리는 꽤 긴 시간 동안 아무 말도 없이 땅만 팠다. 손톱에 때가 잔뜩 끼겠네. 집중해서 열성적으로 파고 있는데, 갑자기 민서가 내 오른손을 꽉 잡았다. 나도 모르게 내 손을 잡은 민서의 팔을 홱 뿌리쳤다. 그리고 황급히 오른손을 등 뒤에 숨겼다. 아 씨, 들켰어.

 

“누나, 그 손에 손가락이 엄청 많네?”

“야, 고작 한 개 더 많은 거야. 딱 한 개.”

 

어색한 웃음으로 흙이 잔뜩 묻은 오른손을 그냥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내가 맨날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다니다 보니 이 꼬맹이는 지금에서야 알아차렸다. 흙을 너무 열심히 판 나머지 오른 손을 좀 숨기는 것을 깜박 잊었다.

 

그래, 나 오른손에 손가락 여섯 개다.

 

“···좀 징그럽지?”

“응. 아니 약간. 한 번 만져 봐도 돼”

 

너랑 똑같은 손가락이야, 그냥 하나가 더 있는 거야. 민서가 내 여섯 번째 손가락을 신기해하는 것은 크게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나도 가끔 신기해. 근데 가끔 이걸 왜 무서워하는지 도통 모르겠어. 민서는 정말 감탄하는 표정으로 여섯 번째 손가락을 살살 쓰다듬었다. 그래, 신기할 수 있지, 귀여운 녀석. 하지만 너그러운 마음도 잠시, 민서는 곧 손톱(흙과 때가 잔뜩 낀)으로 내 여섯 번째 손가락을 꽉 눌러본다.

 

“악!”

“이 손가락은, 이렇게 누르면 안 아파?”

“야, 엄청 아파! 더 아파, 더!”

 

민서는 헤벌쭉 웃으며 다시 땅파기에 집중한다. 민희도 내 손가락 처음 봤을 때는 되게 신기해했었는데. 민서처럼 꼬집어보지는 않았지만, 그냥 신기해하고 말았는데. 그래서 우리 집에 민희가 놀러 올 때는 주머니에 손도 안 넣고 편하게 있었는데. 다른 사람들한테도 잘 안 꺼내는 손을, 걔 앞에서는 진짜 편안하게 있었는데. 민희야, 나는 너와 함께 있는 시간이 정말 자유로웠어.

그러다가도 민희가 아까 내 ‘그것’이 ‘무섭다’고 했던 게 자꾸 생각이 난다. 그 혐오 가득한 표정, 누가 같이 말하는 것을 볼까 봐 두려워 빨리 대화를 끝내고 싶다는 그 어투. 나를 두고 총총 가버리는 그 뒷모습까지. 손가락이 여섯 개인 게 그렇게 무서운 일이었으면 처음 봤을 때부터 그렇게 티를 내지 그랬어. 너 꽤 잘 지냈잖아, 내 손가락들이랑. 차라리 그냥 내 성격이 싫다고 하지 그랬어. 너 질렸고, 이제 다른 애들이랑 놀러 다니고 싶다고 했다면 더 좋았을 텐데. 나는 가만히, 내 손가락들을 내려다본다. 너네는 평생, 내 주머니 속에서 땀을 흘리며 붙어있겠지.

 

“누나, 그러면 손가락이 더 많으니까 나보다 땅을 더 잘 파겠다, 그치?”

“글쎄?”

“한 번 내기해보자.”

 

별안간 민서는 나에게 내기를 걸어왔다. 십 초 동안 누가 더 땅을 깊게 파는지 대결이란다. 아이의 승부욕을 위해 일부러 져 주어야 하는지, 아니면 여섯 손가락에 대한 아이의 동심을 위해 이겨주어야 하는지 헷갈렸다. 하나 둘 땅! 하고 시작하는 경기. 나는 손가락 여섯 개의 파워를 보여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손톱이 부러지도록 맨땅을 긁어 파헤쳤다. 초등학생과 고등학생의 세기의 대결, 결국 그 승자는 체구도 크고 손가락도 더 많은 고등학생이었다. 그리고 어느새 축구공이 다 들어가고도 남을 정도의 큰 구멍이 생겼다.

 

“와, 누나는 좋겠다. 이렇게 땅을 막 팔 때 누나가 완전 짱이다.”

“그래. 아이고 참 좋다.”

“이제 이 공 묻어버리자.”

 

민서는 축구공을 들고 잠시 그냥 서 있었다. 마치 축구공에게 작별 인사라도 하는 듯, 가만히 눈까지 감고 혼자만의 의식을 치렀다. 나는 옆에서 손을 탁탁 털었다. 아니나 다를까 손톱에는 흙이 잔뜩 끼어 있었다. 오늘 집에 가서 손톱 깎아야지.

우리가 만들어놓은 구멍에 민서가 축구공을 넣고, 땅을 파느라 쌓여있던 흙들로 공을 덮었다.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자세히 보면 공이 있는 부분에 살짝 도도록하게 솟아있었다.

 

“감쪽같네. 내일 애들이 와서 보면 정말 네가 못 찾은 줄 알겠다.”

“축구공이 아예 안 보이네. 되게, 무덤 같아.”

“무덤 맞지. 축구공 묻었잖아.”

 

그러자 민서는 아까 그 도망간 아이가 해놓은 것처럼, 무덤을 살짝 파서 축구공의 흰 윗부분이 보이게 만들어 놓았다.

 

“오, 숨구멍이야? 축구공 숨 쉬게?”

“응.”

“그럼 진짜 무덤은 아니네. 축구공 살아있으니까”

“살아있는 건 무덤에 못 묻어?”

“···아마?”

 

우리는 이제 정말 마지막으로 손을 탈탈 털고, 옷도 털어냈다. 어느새 신발 안에도 흙이 잔뜩 쌓여있었다. 우리는 이제 집에 돌아가기로 했다. 나는 습관처럼 오른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하지만 민서가 손을 잡아달라고 징징거렸다. 하는 수 없이 나는 주머니에서 손을 빼 민서의 손을 잡았다. 흙이 아직도 잔뜩 묻어있는 찐득찐득한 민서의 손을 잡는 것은 그렇게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주머니보다는 덜 답답했다.

 

“누나, 내일 나 공 찾는 연기하려고 놀이터 나올 건데.”

“응.”

“나랑 같이 찾는 척하면 안 될까? 내일만. 딱 내일만.”

“음···”

“누나 일진이잖아. 민희 누나도 무서워했다며. 게네들도 아마 일진은 무서워할 걸?”

 

아, 민희가 ‘무섭다고’ 한 것이 사실은 내 손가락 개수였다는 것을 아직 모르고 있구나. 갑자기 낄낄 웃음이 터졌다. 민희는 불량배 일진도 무섭고, 내 손가락 개수도 무섭고. 그래, 사실 내 손가락 여섯 개는 나쁜 친구들로부터 나를 지켜주는 든든한 불량배 언니 오빠였던 거야. 낄낄 웃으며 나는 손가락 여섯 개에 힘을 빡 주어 민서의 손을 더 꽉 잡았다. 내 오른손은 앞으로도 늘 내 주머니 속에 있을 것이다. 어딜 가도, 누굴 만나도 나는 건방지게 주머니에 손을 꽂고 있겠지. 너무 갑갑할 거야, 당연히. 그래도 이젠 적어도 민서 앞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축구공의 무덤에는 숨구멍이 있다.

 

 

 

 

 


김수빈 | 안녕하세요, 김수빈입니다. 1남1녀 중 장녀로, 언제나 가족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는 ‘유교걸’입니다. 유쾌하고 재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만 실생활에서 행동이 영 어색해서, 글이라도 재밌게 쓰려고 노력 중입니다. 혈액형은 B형, MBTI는 ISFJ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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